파리 교환학생에 대한 소회

아직 여행 일기는 한참 남았지만... 파리에서의 일상은 전부 올렸기에 교환학생을 다녀오고 느낀 점들을 적어볼까 한다.

 

나는 딱히 교환학생을 막 가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아버지께서 예전부터 내가 유학을 가셨으면 했고, 그렇기에 해외생활에 대한 좋은 기억을 심어주고자 교환학생도 다녀오라고 지원해주신 것 같다. (물론 유학은 못가게 됐지만... ㅋㅋ)

 

아무튼 파리도 1지망 미국, 2지망 독일을 떨어지고 3지망으로 쓴 곳이였고, 나는 막연히 영어권 나라만 갈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아버지가 파리 정도면 교환 갈만 하다고 추천하셔서 고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벌써 다녀온지 1년 반이 지나 최근 블로그 글은 처음 쓰던 글에 비해 굉장히 디테일이 사라졌지만 ㅋㅋㅋ,

파리라는 도시는 여러번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파리라는 도시에서 3달 정도 시간을 보내며 느낀 문화적 차이는 다음과 같다.

- 길이 더럽긴 하다. 파리 더러워서 실망했다는 사람들이 많던데, 사실 한국 홍대나 신촌 같이 번화가에 쓰레기 버려진 정도 느낌이지 크게 다르지 않다. 문제점은 쓰레기 수거 업체에서 파업을 하면 거대한 쓰레기봉투들이 길을 가득 메우긴 한다. 

- 무단횡단을 밥 먹듯이 한다. 사람만이 아니라 차도 신호 안 지킬 때가 많다. 근데 또 사람이 신호 상관없이 건녀려고 하면 빵빵거리지도 않고 지나가게 기다려준다. 

- 문을 엄청 오래 잡아준다. 한국에서는 한 두세걸음 뒤에 있는 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준다면, 여기는 50m밖에서 접근하는 사람을 위해 문을 잡고 기다려준다.

- 비행기에서 내릴 때는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급하게 일어나서 복도에 서서 기다린다 ㅋㅋ

- 저녁을 보통 8시 이후에 먹는다

- 웨이터나 종업원이 불친절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내 경험상 중동인 케밥집 직원이 좀 틱틱댔던 것 말고는 느끼지 못했다.

- 노숙자 중 흑인 비율이 딱히 더 높지 않다. 그런데 지하철 무임승차는 확실히 흑인들이 많이 한다.

- 담배를 너무 많이 핀다. 가끔 메트로 플랫폼에서도 피고 있다. 전담은 담배라는 자각도 없는지 메트로 플랫폼에서 한 모금씩 빤다.

- 소매치기는 몰래 유형, 정신없게 하고 빼가기 유형이 있다. W양이 1번 유형한테 에스컬레이터에서 몰래 털렸고, 2번 유형은 어깨빵을 치거나 나한테 피해를 입히고 사과를 하면서 정신을 빼놓거나 말을 막 걸면서 정신을 빼놓고 동업자들이 뺴간다. 

- 나름 내가 파견간 학교가 그랑제꼴이였고 4학년 과정이라 거의 석사 과정이라고 봐도 되는데, 반 애들이 너무 떠들었다. 한국 기준 쉬는 시간에 잡담하는 크기로 떠든다. 교수가 조용히 하라 해도 무시하고 떠든다. 무서운 교수님이 나가라고 하면 그제서야 조용해진다. 

- 기온은 한국 겨울보다 꽤 높은데 추위는 한겨울 한국과 거의 비슷하다. 그리고 바람이 많이 불어서 목도리가 필수다.

 

좋은 얘기보다는 안 좋은 얘기가 더 많네 ㅋㅋㅋ 그런데도 왜 좋게 기억이 남은걸까?

생각을 해보면 혼자 해외여행을 나간 것이 이번이 처음이였던 것이 크다. 그리고 난 원래 땀을 많이 흘려서 쌀쌀한 날씨를 좋아하는데 딱 추울 때만 있었고, 음식들도 비싸서 많이 못 먹었다 뿐이지 입맛에 대부분 맞았고, 한국관 방도 가성비 좋게 잘 지냈고, 학생 할인으로 문화생활 부담 없이 즐겼고, 파리지앵들 패션도 인상 깊었고, 등등.... 사실 공부는 많이 안하고 놀기만 했으니 심적으로도 너무 편안했다. ㅋㅋ 난 태생적으로 노잼인간인데 할 일이 많아서 심적으로 힘들면 더욱이 재미없어진다고 생각하는데, 파리에서 지낼 때는 좀 더 유머러스했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교환학생을 가서 엄청 큰 깨달음을 얻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세상엔 다양한 문화가 있지만 거기서도 모든 나라가 공유하는 것들이 있구나? 나 혼자서만 살아갈 수 없구나? 역시 돈을 많이 벌면 이런 즐거움을 더 누릴 수 있겠구나?

이 때 즐거웠던 기억으로 향후 10년을 버틸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블챌 덕분에 밀린 일기 적게 되서 고맙고 ㅋㅋ 이번 기회에 싹 다 적고 앞으로 여행 갔다오면 후딱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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