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르도에서 2박을 하고, 마지막날 아침에 꼬냑으로 출발해서 저녁에 파리로 돌아가는 일정이었다.


샴페인이 샴페인 지방에서 나는 와인, 깔바도스가 깔바도스 지방에서 나는 애플 브랜디이듯이 꼬냑도 꼬냑 지방에서 나는 브랜디다. 꼬냑은 생각보다 작은 동네였다.


레미마틴, 마르텔, 헤네시 등 유명한 하우스는 전부 꼬냑 시내에 있다.
원래 1박쯤 하고 저런 증류소들 한 두 개 가볼까 했는데,
1. 동네가 작다보니 호스텔이 없어서 숙박비가 비쌌다.
2. 저렇게 큰 하우스는 사실 자기들이 증류를 안하고, 여러 영세 증류소에서 받아온 꼬냑을 블렌딩한다고 한다.
의 이유로 시내 바깥에 있는, 직접 자기들이 증류해서 파는 곳을 찾아가보기로 했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증류소는 프라팡(Frapin)이었다. 위의 지도 사진에서 오른쪽에 위치한 세공작(Segonzac)이라는 더 작은 마을에 위치해있다.

자전거를 빌려서 투어를 예약한 증류소로 갔다. 보증금으로 200유로가 필요하다길래 대신에 여권 맡기고 빌렸다. 세공작으로 가는 버스가 있긴 했는데, 배차 간격이 두시간이였나... 하고 기차 시간이랑도 안 맞아서 결국 자전거를 선택했다.
사실 자전거 한 번 타보고 탈만하면 저 지도 아래쪽에 저장해둔 라뇨 사브랑(Ragnaud sabourin)도 들러보기만 할까 생각했는데, 1시간쯤 타고 절대 안되겠다고 판단했다 ㅋㅋㅋ 언덕이 많더라구요...
https://maps.app.goo.gl/7eYp9Jxnx73ey5DS8
Location de vélos Cognac Charente · Châteaubernard
www.google.com

거의 다 와서 만난 시골길. 그 전까진 그냥 도로에 생각보다 큰 트럭들이 많이 다녀서 여유롭게 폰들고 찍을만한 환경이 아니였다.

비교적 작은 증류소고 접근성도 떨어지다보니, 투어를 예약한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애초에 꼬냑 시내 밖에 있는 증류소 중에서 영어로 투어를 제공하는 곳은 여기밖에 없기도 했다. 직원 분이 투어를 맡은지 1년 정도 되셨다 했는데 내가 처음 방문한 한국인이라고 했다. 그런데 한국인이냐고 물어보길래 오 우째 아셨어요? 하니 넷플릭스에서 한국 드라마를 좀 봐서 내 이름이 한국인스럽다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이메일을 제대로 안 읽어서 잘못 찾아갔었는데, 투어 시작 장소가 세공작 마을 안에 있는 프라팡 메인 건물이 아니다.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증류기와 숙성고가 있는 건물로 가야한다.

증류를 하지 않는 시기라서 되게 조용했는데, 좀 특이하게 생겼다보니 이걸로 실제로 증류를 한다고? 싶은 비주얼이였다. 프라팡은 포도밭이 240헥타르정도 되고 유니블랑을 재배한다고 한다. 유니블랑은 산성이 강하고 병충해에 강하다고 한다.

오드비. 증류를 할 때 직원이 직접 맛과 향을 보고 어디서 커팅을 할지 결정한다고 한다.


이쪽이 좀 오래된 오크들이라고 했다. 아주 그냥 곰팡이들이 옴팡지게 피어있다. 여기는 캐스크가 낡아서 부서질 때까지 쓰기 때문에 100년 넘게 쓴 경우도 있다고 한다. 저 빨간 것들은 밀랍인데 꼬냑 협회? 이런 곳에서 빈티지의 authenticity를 보장하기 위해 봉인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직원들이 숙성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맛을 한 번 보려면 저 협회 사람을 돈내고 불러서 봉인을 열고, 맛을 보고, 다시 봉인을 해야 한다고 한다. 이렇게 번거롭기 때문에 빈티지 꼬냑은 잘 없고, 12년쯤 숙성했을 때 맛을 보고 특별히 좋지 않으면 정규라인과 블렌딩을 해버린다고 한다.




샤또 퐁피노. 프라팡의 코어 레인지 제품 중에서 아예 샤또 퐁피노 이름을 달고 있는 제품도 있다. 예전에 실제로 프라팡 가족이 살았다고 한다. 제일 비싼 투어 신청하면 저기도 간다고 했나? 가격이 한 240유로쯤 됐던거같다.


이 창고 천장의 아치 구조는 에펠탑을 디자인한 사람이 설계한 구조라고 한다. 현대인의 관점으로는 뭐 특별한가 싶지만, 당시에는 이런 기술력이 없어서 중간에 기둥하나가 천장을 받쳐야 되서 물류 이동이 불편했다고 한다.


대망의 테이스팅 시간. 테이스팅 룸에는 역대 프라팡 바틀들이 엄청나게 전시되어 있었다. 사진에 보이는 8개 바틀 중에 내가 원하는 4개를 선택해서 맛볼 수 있었다.
샤또퐁피노, 1995, XO, extra 이렇게 비싼 친구들로 골랐다 ㅋㅋ
프라팡의 숙성창고는 2층으로 구성되는데, 아래층은 습하고 위층은 건조하다고 한다. 여름엔 층간에 10도 차이가 나고, 따라서 아래층은 연간 2-3퍼, 위층은 4퍼 정도 증발된다고 한다. 그래서 두 층의 원액은 서로 섞지 않는다고 한다.
내가 마셨던 4개 중에 건조한 층에서 숙성된건 샤또퐁피노, 나머지는 아래층에서 숙성됐다고 한다.
나는 XO가 제일 맛있었는데, 습한 곳에서 숙성된 친구들은 공통적으로 스파이시함과 피니시에서 쿰쿰함이 있었다. 반면에 샤또퐁피노는 향은 더 약한 반면에 팔레트가 더 달달했다.

사진이랑은 관련 없는 얘긴데, 프라팡에서 가장 고급 라인이 무슨 작가 이름으로 나오는 라인업이 있다고 한다. 19세기에 펠릭사?라는 해충 때문에 포도나무들이 싹다 죽어버려서, 미국산 포도 나무를 접목해서 병충해에 강해지도록 바꿨다고 한다. 그런데 이 해충이 발생하기 이전의 증류액이 아직 남아있는데, 얘네들은 아껴뒀다가 저 작가 에디션에 조금씩 블렌딩한다고 한다. 각 에디션은 500병씩 만들며, 완판되는데 평균 10년정도 걸린다고 한다.
이런거는 대체 누가 사먹는걸까?

사실 테이스팅 세션에서 맛있게 먹었으면 이거 한 병 사갔을 것 같다. 나름 타이밍 좋게 100주년 바틀이 나온지 정말 몇주 안되서 방문을 했었는데, 먹어보니 음... 굳이 캐리어에 무겁게 끌고 다니면서 먹을만한 정도는 아닌 것 같았다.


대신에 쪼꼬미 바틀 하나 샀다. 79년, 83년, 85년 빈티지 3개를 블렌딩한 바틀이다. 여러 빈티지 조합이 있었는데, 그냥 제일 오래된 조합으로 골랐다 ㅋㅋ 대충 평균 내면 40년 숙성? wow

전반적으로 가성비가 쪼금... 떨어지는 투어였던 것 같기는 하지만, 영어로 진행된다는 점이 단점을 상쇄했던 것 같다. ㅋㅋ 그리고 투어해주신 직원분도 니트로는 안 드시고 칵테일로만 드신다고 하더라...



먹을만한 식당이 마땅치 않아서 맥도날드. 프랑스는 맥도날드도 비싸다. 저게 단품 가격이라니




헤네시 투어를 신청하면 이 배를 타고 건너편에 있는 숙성고로 간다고 들었다.

마르텔은 뭔가 공사중으로 보였다. 입구에 저렇게 쓰레기통이...

나름 유명한 하우스들 입구는 다 염탐하고 왔다 ㅋㅋ



Angoulême에서 환승을 했다. 그런데 왠지 익숙한 캐릭터들이 곳곳에 있어서 찾아보니 며칠전에 갔던 아스테릭스 파크의 원작자 분이 이 동네 출신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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