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커 폴리 아 되를 보고 왔다. 1편이 워낙 재미없던 터라 2편에도 관심이 없었는데, 2편 후기 중에 1편을 재밌게 본 사람들은 비추한다는 말을 보고 관심이 생겨서 보고 왔다 ㅋㅋ
영화보는걸 좋아하는 편이지만, 감독이 무엇을 전달하고 싶다든가 하는지는 머리 아파서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블로그에도 내가 정말 재밌게 봤던 영화들만 두세번 다시 보고 글을 남겨야지,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 영화는 너무 재밌게 봐서 남기는건 아니고 세간에서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것 같길래 남긴다.
1편을 재미 없게 봤던 이유는, 그냥 정신병자가 연쇄살인하는 내용이라 영화 내용에 공감을 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극심하게 불우한 가정에서 자라고, 현재도 사회 하층민으로서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환경이 그를 조커가 되게 만들었다. 조커에게 죽은 인물들도 다 싸가지에 아서를 무시하고 기만했다. 그래도 그게 죽어서 마땅한 일인가? 나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1편을 재밌게 봤다는 사람들의 후기를 찾아보면, '누구나 조커가 될 수 있다', '우리가 조커를 만들고 있지는 않나?'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던데... 내 생각에는 1편을 재밌게 본 사람들 다수는 그냥 가족과 사회 모두에게 버림받은 아서가 흑화해서 나쁜 놈들 쏴버린 카타르시스가 강해서 그랬을 것 같다. 그 모습을 어찌보면 멋있다고 느꼈을거고. (나는 멋있다기보다는 시종일관 불쾌했다)
1편에서 쌓아올린 조커의 서사를 무너트리는 내용의 2편이었기 때문에, 이는 1편의 후속편이 보여줘야 할 마땅한 모습이 아니며, 관객이 자신의 시간과 돈을 투자한 것에 대한 기만이다... 라는 의견이 있더라.
당신 자신은 한 두 문장으로 설명이 가능한 사람이신가요? 내가 인간의 다면성에 대해 재밌음을 처음으로 느낀건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을 읽으며였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재능 중의 하나는 인간이란 두껍고 끈적끈적하고 더러운 혼합물이라는 것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데 있다. 그가 그리고 있는 인간은 단순하고 명료하지가 않다." - 김현, [행복한 책읽기]
나만 그렇게 느낀건 아닌 듯하다. 각종 영화나 소설, 웹툰 후기를 보면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가끔 있다. 특히 어떤 등장인물이 그런 성격이 원래 아니였는데 왜 거기서 그런 선택을 했냐~ 같은 지적이다. 음... 당신들은 자신의 선택들에 명확한 이유를 붙일 수 있나요?
아무튼 아서가 마지막 재판에서 조커는 없다고 말하는 부분이 참회나 반성을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리가 조커인 모습을 좋아하니 조커의 모습을 연기하다가, 결국에는 자기 자신의 본 모습인 아서 플렉으로서 사랑받고 싶은 욕심에서 발로한 고백이라고 본다.
하지만 리는 그런 아서의 고백을 듣자마자 재판장을 박차고 나갔다. 사실 이 인물은 크게 특별하지 않고 조커 추종자들 중 좀 더 대담했을 뿐인 케이스라고 생각한다. 리의 거짓말에 상심했던 아서가 그녀의 임신소식(허언일 확률 90%)을 듣고는 바로 화가 풀리는 장면 볼 때는 아오 ㅋㅋㅋ
영화 결말에서 이상한 놈이 갑자기 조커를 죽이는 장면은 뭐... 원래 악역을 허무하게 죽이는 감독들은 많다. 다만 마지막 죽은 모습이 조커로서 분장하고 죽은게 아니라 아서 플렉 모습으로 죽은건 좀 인상 깊었다. 정말 끝까지 아서가 말했 듯, 조커는 없다- 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하지만 죽어가는 아서 뒤로 낄낄대며 입을 찢는 조커 마크2가 있었구요 ㅋㅋㅋ 이런 의미에서 폴리 아 되(공유정신병)라는 부제는 잘 지었다 싶다. 리와의 공유정신병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영화 내내 그 둘은 동상이몽 아니였나...
마지막으로 뮤지컬적인 요소에 대해 얘기해보자.
나는 뮤지컬 영화를 안 좋아한다. 뮤지컬 자체를 별로 안 좋아하는게 큰 이유같지만, 뮤지컬 영화는 더 안 좋아하는 이유가 뭐냐면 행인들이 갑자기 끼어들어와서 같이 코러스 넣고 이런거... 나만 이상해? ㅋㅋㅋㅋ 정말 몰입이 하나도 안된다. 보통 뮤지컬 영화들 보면 현실에서 노래를 부를 법한 상황이 아닌데 춤추면서 열창을 하고 있으니 몰입이 안됐다.
그런데 이번 조커 2편에서는 이런 뮤지컬 영화적인 노래부르는 장면이 너~무 많아서 몰입이 안됐다는 말이 많더라. 근데 난 오히려 다른 뮤지컬 영화들보다 훨씬 괜찮았던게
1. 아서 / 리 말고 아무도 노래를 안 부름 2. 일반적인 뮤지컬 영화에서 들을 수 있는 듣기 좋고 편안한 느낌이 아니라, 정신병자가 사랑에 빠져서 부르는 실제로 있을 법한 상황이었기에 3. 아서가 노래를 부르는 장면 일부는 망상이었기 때문에
정도의 이유로 몰입이 안 깨졌다.
아무튼 위와 같은 느낌으로 나는 조커:폴리 아 되를 재밌게 보고 왔다. 근데 내러티브를 영화 재미의 중요 요소로 생각하는 나로서는 스토리 볼륨 자체가 너무 적긴 했다. 별점은 5점 만점에 3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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